Saturday, December 25, 2010

아빠 손에든 봉지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물건을 사고 받는 봉지들도 세련되고 잘 만들었지만, 내가 어렸을때는 그냥 단순한 검정 봉지였다.
힘들 하루가 끝나시고 집으로 오시는 아빠의 손에는 나와 동생을 위한 검정 봉지가 자주 들어있었다.

가끔 한번씩은 엄마가 마음내켜하시지 않는 비싼 것들도 들어있었다. 아마 내가 국민학교 1,2학년때 혹은 그 이전이었을 적 이야기다.
하루는 아빠가 케익을 사들고 오셨는데, 엄마가 먹지 말라고 했다. 케익이 비싸다고, 다음날 아파트 단지 길건너에 있는 제과점으로
가져가셔서 좀 더 저렴한 빵으로 바꾸시고는 하셨다.

엄마라고 좋은게 싫으셨겠지만, 아빠가 힘들게 벌어오는 돈이라 케익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나 보다. 그런데, 아빠는 분명 엄마에게
그리고 나와 동생에게 비싼것 좋은것을 먹이기 위해, 비싼것 알지만 고민하시고 사오셨으리라 생각된다.

오늘 나는 내가 아빠와 닮았다는 것을 세삼 느꼈다. 새벽부터 시작된 힘겨운 일이 끝나고 다리가 아파 집에 오면서도, 내가 사오는 것을
맛있게 먹을 사람을 생각하면 그저 행복하기만 하니 말이다.

아빠는 다리가 얼마나 아팠을까? 지금은 아빠의 모습이 얼마나 변하셨을지 상상도 안된다. 마지막으로 뵌지 5년이됐으니 말이다.
나는 불효자다. 새 해에는 어떻게도 한국에 가서 두분께 효도해야하는데, 지금은 두분께 걱정만 끼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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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rely,
Gon 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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